박홍규․최재목 교수, 또 한 번 틀을 깨다 N
No.1962598 ‘불교’ 주제로 회화작품 60점 전시 ‘러브붓다’라는 전시회 제목처럼 이곳에서는 불교를 주제로 한, 그러나 결코 평범하지 않은 회화작품 60점이 23일까지 전시된다. ![]() 작가의 프로필도 범상치 않다. 법학자인 박홍규 교수(56, 교양학부, 사진 右)와 철학자인 최재목 교수(48, 철학과)가 바로 이 그림들의 주인이다.
두 사람은 닮은 구석이 참 많다. 본업인 ‘교수’ 외에도 ‘작가’, ‘시인’의 타이틀로 더 유명한 이들의 지적 활동에는 금기시되는 영역이 없다. 최 교수의 표현을 빌자면, 이들은 철학, 법학, 문학, 공학, 음악, 미술, 연극 등 모든 장르의 ‘크로스-오버’(cross-over)를 시도하는 인문학자인 셈이다.
10여 년 전 법상스님의 ‘남전대장경’ 번역을 시도하면서 처음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“인문학은 확장성과 융합성, 개방성을 지닌 자유로운 학문이다. 틀을 깨뜨려야 깨침이 있고, 깨우침도 있는 것”이라는 생각으로 그 동안 각자의 길에서 끊임없이 틀을 깨는 시도를 펼쳐왔다. 그러다 이번에 드디어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함께 일을 ‘저지른’ 것.
두 사람에게 ‘불교사상’은 전혀 낯설지 않다. 경계를 넘나들며 ‘깨뜨림, 깨침, 깨우침’을 향한 일련의 작업 저변에 깔린 사상적 색채부터가 불교적이다. 게다가 최 교수는 3년 넘게 해인사 스님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해오고 있다. 박 교수도 간디에 대한 번역서를 펴냈으며 직접 인도 구석구석을 누비며 불교의 흔적을 찾아다녔다.
전시된 작품들을 보면, ‘화가’라는 타이틀마저도 이들에게는 너무나 잘 어울린다. 그러나 전통적 의미의 ‘화가’라기 보다 ‘아방가르드 작가’라는 타이틀이 더 잘 어울릴 법하다.
박 교수의 작품 30점은 지난 7월 한 달간 직접 델리에서 라다크까지 여행하면서 그린 풍경화와 인물화들이 주를 이룬다. 수채물감과 파스텔로 그려진 사실적 작품들이 일견 전통적 기법에 순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동적이다 못해 거칠게 까지 느껴지는 스케치와 터치, 화려한 색감이 피사체를 살아 숨 쉬게 한다. 특히 ‘펩시콜라’ 광고간판 아래 아무렇게나 누워 있는 노숙자의 모습은 자본주의의 물결 속에서 사라져가는 인간성과 인도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듯하다.
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두 사람은 내년에 좀 더 완성된 그림전시회를 열 계획이다. 그리고 2년 뒤에는 작곡발표회도 가질 생각이다. “음악, 미술, 연극, 영화, 문학 등 표현기법만 다를 뿐 담고자하는 생각과 의도는 같을 수 있다”고 말하는 이들은 “스스로 장벽을 깨는 시도들을 통해 학생들은 물론 일반에게도 새롭고 신선한 자극과 재미를 주고 싶다”는 바람을 밝혔다. 한편 최재목 교수는 전시회에 앞서 에세이집 ≪시를 그리고, 그림을 쓰다≫라는 에세이집을 펴냈다. 이 책에는 23편의 짧은 글과 그의 한 줄 해설이 달린 그림 46점이 실려 있다. 그 중 30점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. |